이제 ‘산별노조’ 없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희망과 미래를 얘기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산별노조는 우리에게 있어 대세이며 매우 중요한 과제로 다가와 있다.
우리는 87년 이후 노동자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참으로 많은 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군사정권 시절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김대중 정권과 자본가들의 폭풍처럼 몰아치는 탄압 앞에 우리의 노동조합운동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IMF 이후 우리 현장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여파로 일방적 구조조정과 노동통제가 강화되어 고용불안! 비정규직의 확대! 회사쪽의 현장침탈! 노조활동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가 있다. 또한 임단투 시기마다 ‘고용이냐 임금이냐’를 선택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생산의 주역이자 역사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낮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이런 많은 문제점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무엇인가? ‘산별노조’일 수밖에 없다.
현재 노동조합운동(기업별노조)의 한계이자 현실인 적은 조합원 수(11%대의 조직률)! 고용불안에 따른 대처능력 부족!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조활동을 극복하고 이후 노동운동의 새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2. 산별노조란 무엇인가?
산별노조는 조직을 확대하기 쉬워 힘을 키울 수 있다
○ 산별노조는 노동3권을 가장 잘 확보하여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이다.
○ 산업별 노조는 노동조합 가입에 제한이 없다. 노동자라면 정규직 뿐만 아니라 누구나(비정규직! 실업자! 정년퇴직자까지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단결할 수 있고! 힘있게 투쟁할 수 있다.
○ 산별노조는 자본가 단체와 정부를 상대로 임금과 고용! 근로조건 등의 문제에 대해 교섭하고 투쟁하며! 나아가 의료! 교육! 주택! 세금! 실업대책 등 사회개혁투쟁을 힘차게 벌여 나갈 수 있다. ○ 또한 산별노조의 조합원들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종업원 의식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 의식으로 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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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3권 / 기업별노조 / 산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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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권/정규직 노동자만 조직할 수 있다/하청.영세사업장노동자! 실업자까지 크게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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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교섭권/기업내 교섭에 머무른다/화섬산업 전체 사업주와 노동자간 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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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행동권/기업별 투쟁에 머무른다/공장과 지역 넘어 전국 화섬산업노동자 공동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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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는 고용보장에 유리하다
○ 산별노조는 규모가 크고 힘이 강하기 때문에 고용안정 등 노동자 생존권을 확보하는데 그만큼 유리하다. 더 나아가 산별노조는 기업별 교섭을 뛰어넘는 전체 자본가를 대상으로 고용안정을 위한 여러가지 교섭과 투쟁을 벌이며 내실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 산별노조는 해당산업의 노동시장을 장악하여 노동력 공급을 독점! 노동시장(고용)에 대한 강력한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교섭력을 바탕으로 자본가 단체와 정부를 상대로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늘일 수 있는 고용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산별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이익(사회보장제도)을 위해 투쟁하기에 안성마춤이다
○ 산별노조활동은 대규모 조합원의 집단활동으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의식이 발달하여 노조활동과 정치활동!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하나로 여기고 일찍부터 노조활동과 노동자 정치운동(정당운동)을 함께 해왔다. 그 결과 대다수 산별노조들은 노동자 정당과 손잡고 정치에 참여하여 각종 제도를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정치를 개혁하는데 앞장서 왔으며! 그 결과 사회보장제도를 확보해왔다.
○ 사회보장이 잘 된 나라에서는 실업자가 되어도 정부에서 나오는 실업수당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으며 의료! 교육은 물론 직업훈련까지도 받고 있다. 반면에 사회보장이 거의 안 된 우리나라는 실업자가 되면 실업수당이 제대로 안 나와 생계가 막막하고! 주택 및 세금・의료보험료 인상! 사교육비의 부담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 위와 같이 산별노조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유리하다.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노동당! 사민당 등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정당이 수십년 동안 집권하고 있고! 최근 민주노총이 큰 역할을 하면서 만든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3. 산별노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조직은 어떻게 운영하나?
○ 산별노조 운영원리는 크게 세가지이다. ① 크게 뭉친다(업종! 직종! 지역을 뛰어 넘는 통합 - 규모의 확대) ②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가입의 개방성 - 조직력 극대화) ③ 힘과 책임! 권한을 집중한다.(기업별로 분산하면 총자본에 대응할 수 없다)
○ 이 원리에 따라 화학섬유산별노조의 조직구성 원칙은 ① 역량의 집중을 통해 힘의 효율성을 기하는 조직구성 ② 민주적 운영 ③ 현장 기초활동 활성화 ④ 지역을 골간으로 하는 조직체계 원칙의 네가지로 잡고 있다.
○ 조직대상(조합원 범위)은 화학섬유산업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거나 일하려는 모든 노동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준다.
○ 조직체계는 본조 - 지부 - 지회를 기본으로 한다.
산별교섭은 이렇게 한다.
○ 산별교섭을 거쳐 산별협약을 체결하면 기업별 교섭과 기업별 단체협약에 비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임금수준 : 최저기준 합의 후 사업장 조건 따라 보충협약 체결
→ 기업간 격차 축소! 전체 임금수준 향상
▪여러 수당과 복지제도 : 가족수당・근속수당・주택수당 등 사회보장 성격 수당 통폐합! 최저기준 마련해 사회보장제도로 전환 적용 대상을 늘린다
→ 전체 노동조건 상향 평준화! 학자금은 힘에 따라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까지 의무교육! 지역별 탁아시설 공립유치원
▪임직급체계 : 산업별 협약 체결
→ 규모・업종별 격차 줄이고 전체 화섬 노동자에게 똑같이 적용
→ 고용문제 등으로 직장을 옮겨도 어려움이 없게.
▪고용안정 : 산업별 고용안정협약 체결! 고용안정기금 조성! 산별노조의 노동시장 장악능력 강화
▪사회복지제도 확충 : 주택! 의료! 교육! 노후보장 등
▪그밖에 산별노조의 활동 : 파업수당! 무료법률 보호! 퇴직・실업 조합원 보호! 교육훈련
○ 그러나 실제로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이미 노동자 내부에 존재하는 규모별・업종별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 또한 감안하면서 조직발전에 따라 교섭・투쟁전략을 치밀하게 펼쳐 나가야 한다.
4. 산별노조로 가는 길
○ 현 시점에서 꼭 이런 조직이 필요한가? 노조간에 조건도 다르고! 우리는 손해보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끼리 기업별노조로 소박하게 살아가면 안되나?
○ 그러나 산별노조 건설운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노동계는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산별논의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논의의 수준’을 뛰어 넘어 ‘실천의 단계’에 와 있다. 2000년 이후 산별노조로의 발걸음이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98.2)를 시작으로 대학노조! 언론노조! 금속노조! 택시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했고! 전교조! 전강노! 민주버스노조! 화물운송하역노조 등 기존의 산별노조를 포함해 민주노총 내 16개 조직 중 9개 조직이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하였다. 화학섬유연맹! 공공연맹! 사무금융노련 등도 대의원대회 결의를 통해 산별노조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 우리연맹 또한 연맹 통합시 강령에서 “우리 화학・섬유노동자는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등 조직역량을 확대 강화하고! 산업별 공동교섭! 공동투쟁 체제를 확립하여 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전체 노동조합운동에 기여한다.” 고 천명하였고! 통합연맹의 4대 사업과제 중 첫번째로 산별노조 건설을 정하였으며! 2001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산별추진위’ 구성해 산별노조 건설을 결의한 바 있다.
○ 산별노조로의 조직력을 강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기존 기업별노조 관성과 힘의 분산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면서 내부 단결과 통일성 높이기! 힘의 중앙집중화! 현장조직 강화가 시급히 꼭 이룩되어야 한다.
○ 노조의 조직활동은 이렇게.
① 지역과 업종의 동질성을 조직화한다.
- 기업별노조의 협의체적 성격을 극복한다.
- 구체적 공동실천을 통한 동질성을 경험한다.(특히 임단투시기)
② 통일적 일상활동의 실천
- 노조간! 집행부서간 교류의 확대
- 일상활동의 연대와 통일적 전개
③ 지도 집행체계의 확립
- 활동의 집중성을 추구하고! 활동의 근간인 사람(전임간부)과 재정(조합비)을 확충한다.
- 교육・선전・문화・정책역량 확충
④ 의식적인 조직체계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
- 노조간부의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산별노조 전환의 최대 관건
- 현장 조합원의 의견 통일을 위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벌인다.
○ 앞에서 살펴본 산별노조의 장점! 위력은 지금 당장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전환되지도 않는다. 서구 산별노조는 100년 이상의 역사와 투쟁의 산물이다. 우리는 이제 그런 산별을 만들려고 막 폼을 잡아가는 길이다. 즉! 2003년 우리가 건설하려는 산별노조는 서구의 그런 산별노조를 당장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산별로 가는 시작일 뿐이다.
○ 또한 산별노조가 만능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노동자가 경험하고 발견한 가장 강력한 대중운동 방식이다.
5.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바로 이 자리에서 산별노조와 함께 할 것을 결의하자.
- 지난 해 울산 화섬사노조 구조조정 투쟁과 여천 석유화학노조 투쟁! 현대자동차의 투쟁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과연 우리가 기업별 노조로 남아 있으면서 구조조정의 태풍을 막을 수 있는가! 누가 우리의 삶을 책임져 줄 것인가! 지금 당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일의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해야 한다.
○ 우리가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화학섬유 노동운동사의 새역사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조합원・간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 노동조합운동에 희망으로서의 산별노조 건설은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국에 미조직되어 있는 화학섬유노동자들과 더불어 인간다운 삶을 살려는 숭고한 첫발이다. 이 모든 것의 결과는 오로지 조합원의! 간부들의 두 어깨에 달려있다. 힘들 때일수록 산별노조 건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장조직력 강화부터 확실하게 조직하자.
○ 그 첫걸음은 올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잘 조직하고! 2003년 임단투 투쟁을 힘차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 속에 산별노조의 싹이 움트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