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화학노동조합 LG CHEM LABOR UNION
제목 대의원의 역할과 자세
번호 66 분류   교육자료실 조회/추천 18015  /  2356
글쓴이 기획실    
작성일 2003년 06월 19일 12시 28분 48초
[이 글은 2002년 11월 7일자 <미래연대> 13호에 실린 “대의원의 역할과
자세”입니다.]

무너진 현장에서

민주노조와 함께 나란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진지한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의 정체와 퇴행의 흐름에 부딪쳐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고통은
노동조합운동 내부로부터 비롯되며! 지도부와 기층조합원! 중간간부층을 막론하고
모든 부위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도부! 평조합원! 중간간부의 관계는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서로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일정한 구조로 얽혀
있다. 민주노조들은 각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전진을 위한 방안으로 무너진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해야 하는 동일한
과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의 하나는 조합원들의 단결과 투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대의원의 활동과 자세를 올바로 세워내는 작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에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에 결집해 있는 노동조합에서 현재 대의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
무관심한 노동자가 아니라면! 현재 노동조합운동에서 대의원의 역할과 자세가
참으로 심하게 뒤틀리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도달해 있는가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어 확인해보자.

뒤틀린 모습들

사례 1. 어용집행부를 세우고 어용적 행각을 인준해주는 기구로 전락한 경우 :
집행부는 모든 사안을 자본측과 야합하고 적당히 타협한다. 대의원은 조합원총회
위에 군림하며 모든 결정을 대행한다. 대의원 다수가 자본측에 종속되어 있다.
자본가들과 밀실에서 야합하는 집행부의 어용적 작태를 방관한다. 면죄부 발부를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며! 최종적으로 대의원 대회를 통해 어용집행부의 타협안에
합법성을 부여한다. 한국통신노조의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사례 2. 새롭게 등장한 민주노조를 어용노조로 되돌리는 첨병의 역할을 하는
경우 : 어용에 맞선 오랜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이 민주화된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아직 어용의 때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상태다. 집행부는 민주파답게 과감한
파업투쟁에 나서지만! 그 파업의 힘은 아직 대의원들의 어용적 잔재를 말끔히
태워버릴 만큼 강력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집행부는 파업의 전진을 가로막는
대의원들과 적당히 타협한다. 파업은 좌초된다. 대의원들은 파업이 실패한 책임을
집행부에게 떠넘기며 자본가들과 더욱 밀착한다. 이들은 “옛날로 되돌아가자”!
“노사화합만이 살길이다” 하며 어용의 깃발을 들고 집행부를 침몰시키려는
작업에 착수한다. 발전노조와 효성노조의 상황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이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곧바로 한국통신노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사례 3. 조합원과 자본측 사이의 대립을 봉합하는 기구로 변절된 경우 : 누가
들어서도 집행부는 “초록이 동색”이다. 주로 활동가들이 대의원과 소위원에
당선된다. 당선이 되고 나면 자본측이 베푸는 향응을 즐긴다. 자본가의 정신과
정서에 길들여진다. 관리자들의 묵인 하에 현장 노동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집행부로 공을 떠넘긴다. 대의원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된다. 재빨리 조합원과 자본측의 중간에 끼어 줄타기를 시작한다.
현실적 어려움을 늘어놓으며 자본측의 입장을 대리선전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이끌어낸다. 대규모 금속사업장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사례 4. 이름만 걸고 집행부의 거수기가 된 경우 : 새로 탄생한 노동조합이
파업투쟁의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고 큰 조직적 손실을 입는다! 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노동조합의 조직이 지속적으로 축소된다. 조합원들은 점점 노동조합 활동에
수동적으로 변해간다.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실천하는 데에서는 단호함과 적극적인 집행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현장
조합원들은 대의원이 되는 것을 꺼려한다. 집행부는 “삼고초려”하여 대의원을
세운다. 설득하는 과정에서 활동을 회피하는 조합원들의 정서에 타협한다.
조합원들은 누군가가 대의원 출마를 결정하면 “얼씨구나” 하고 만장일치로
당선시킨다. 당선된 대의원들은 적극적인 현장 활동은 물론 기본적인 대의원
모임이나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대의원은 있지만! 대의원 체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의원들은 집행부의 성화에 못이겨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마지못해 중요한 회의에만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집행부의 활동과 사업계획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이런 경우는 노동조합 조직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사업장이나 규모가 작은 중소사업장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상의 사례들이 소위 민주를 자처하는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정말이지 대의원들의 역할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현실에서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충실성! 현장 노동에 기반한 대중성! 조합원의 의지에 기초한
투쟁성을 고루 겸비한 대의원을 만나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하는 일이다.
현실이 이러할 때! 우리는 집행부를 바로 세우고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대의원들의 올바른 역할과 임무!
활동과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반추해 보아야만 한다.

대의원의 역할과 임무! 필요한 활동과 자세

민주노조가 오랜 활동과 투쟁의 경험을 통해 확립한 대의원의 역할과 임무는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다리 -
현장 조합원들을 결집시키는 단결의 구심 - 각종 소모임을 만드는 조직가 -
조합원들의 현장 투쟁을 선도하는 선봉대 - 노동자의 계급적 관점을 교육하고
선전하는 선동가 - 조합원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 노동조합민주주의를
훈련시키는 호민관.”

또한 대의원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어떤 자세로
활동했는가? 매주 정기적으로 잡혀 있는 대의원회의에 집행부를 참여시켜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집행부에 직접 반영했다. 부단히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회의가 끝나면 단지 그 결과를 전해주는 단순한
전달자로 머물지 않았으며! 현장토론을 조직하여 회의 내용을 조합원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노동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에서 편안함과 자유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항상 조합원들의 분위기와 요구를
경청하는 것에 대단히 민감했다.

대의원들의 치열한 활동과 자세는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자각하고 더욱 전진케
하는 토양이 되었다. 민주노조의 진정한 대의원들은 자신의 직책이 부여하는
책임에 무한히 충실하고 치열했다. 결코 노동운동에서 개인의 명예와 권위를
세우기 위해 대의원 직책을 남용하지 않았다. 자본가들과의 관계에서 개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 대의원의 지위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코 그것을 노동으로부터 자유와 안일을 추구하는 데 활용하지 않았다. 결코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었다. 물론 민주노조의 모든 대의원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노조운동이 태동하고 활력있게 전진하던
시기의 민주노조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였던 모습이었다. 그들은 민주노조의
대의원이라면 이런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고!
서로를 닮아가려고 했다.

자세의 진실성과 대의에 대한 충실성

결론으로 가보자. 그간 민주노조들의 투쟁과 경험을 통해 확립된 내용을
실천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의원의 활동과 자세는
현실의 구체적인 조건에서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 절대로 자본가의 말을 신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노동자의 발걸음에 족쇄를
채울 것이다.
- 노동자의 양심에 반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과 대중
모두를 기만의 늪에 빠뜨릴 것이다.
- 난관은 늘상 있는 것이고 실책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어려움과 오류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정직한 태도만이 전진을 보장한다.
- 자신들 앞에 놓여 있는 중대한 목표의 쟁취를 위한 어떠한 투쟁도 겁내서는
안된다. 두려움과 우유부단은 승리의 가장 큰 적이다.

현장의 대의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고! 활동과 자세에 진지한
태도로 행동함으로써 우리 운동의 계급적 혁신을 위한 가치 있는 수단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 대의원들은 자본가들과의
관계에서는 노동자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현장
조합원과의 관계에서는 조합원들의 요구와 분위기를 철저히 대변하되! 그 요구와
정서가 노동자의 계급적 대의로부터 벗어난 것일 때에는 그것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계급적 입장을 제시하고 설득 또 설득해야 한다. 집행부과의
관계에서는 형식적인 체계를 갖추고 분리하는 데 치중하거나! 반대로 집행부의
어용적 행위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과 행동통일의 규율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대의원들은 노동해방의 정신과 대의에 기초한 올바른 계급적
노선으로 심도 깊게 무장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부서와 단위사업장의 이익이
아닌 노동자 전체의 이익에 헌신하며! 눈앞의 “실리”가 아닌 장기적인 미래의
이익에 복무하며! 굴종과 타협이 아닌 단결과 투쟁의 정신과 단호함을 견결히
수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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