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본격적으로 노동조합법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노동조합의 유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도록 합시다.
우리는 흔히 노동조합하면 하나의 공장! 하나의 회사에 하나의 노동조합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나라 노동조합형태가 대부분 기업별 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는 보다 여러 가지의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노동계에서 주장되고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1987년 이전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기업별 조합이외에는 다른 형태의 노동조합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노동조합법 개정과 1988년 시행령의 개정으로 많은 제한은 있으나 다양한 형태의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① 기업별 노동조합
기업별 노동조합이란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노동조합들 중 가장 많이 있는 형태로서 하나의 회사마다 하나의 노동조합이 각기 따로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근로자들의 조합의식이 미약한 가운데 단시일에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등장한 조합으로 종신고용제와 연공가금제가 정착한 일본에서 이용한 형태입니다.
장점으로는 조합결합이 손쉽고 노동조합과 사용자와의 관계가 긴밀하고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잇다는 점이 있고
단점으로는 1)산업별! 지역별로 통일된 단일한 요구를 내걸고 싸울 수 없으므로 우리 노동자의 힘이 그 만큼 흩어져서 존재하게 되고 사용자에 의한 어용화의 위험이 크다는 점과
3)노동운동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렵고! 단체교섭의 전술이나 전략을 개발하기 어 렵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② 지역별 조합
지역별 노동조합이란 일정한 지역내에 있는 여러 공장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같은 산업부문에 속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들이 한 지역안에 있는 경우에 지역별 노동조합을 만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태일 열사의 청계피복노조! 부천지역 금속기계노동조합! 성남제화공노조 등이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들의 경우 노동자수가 적게는 3! 4명 정도밖에 안되고 많아야 2-3백명이어서 힘이 아주 적은데 비해 이러한 소규모 사업장들이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든다면 그 만큼 힘이 커져 많은 권익들을 쟁취할 수 있을 겁니다.
③ 직종별조합
직종별 노동조합이란 같은 직업이나 같은 직종의 노동자들이 어느 회사에서 일하느냐에 관계없이 함께 모여 만드는 노동조합을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조합유형으로써 서구 산업 자본주의 사회초기에 생산방법이 숙련근로자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 노동력공급을 독점하여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서 이용되었습니다.
④ 산업별노조
산업별노조란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직종과 기업을 초월하여 결합한 노동조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조선노동자! 중공업노동자 등의 전기! 전자! 금속 계통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관계없이 전국 단일의 금속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 기업별 노조! 지역별노조! 직종별 노조에 비하여 훨씬 큰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주체가 전국적 규모를 갖게 되고 그만큼 단결력이 커지므로 기업별 노조와는 비교가 안되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⑤ 이외에도
결합방식에 따라 단일 조직과 연합체조직! 협의체조직 등으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단일조직은 근로자가 개인자격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독자적 규약과 기관을 가지고 활동하는 노동조합의 형태이며 위에 언급된 네 가지 조합들도 단일조직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연합체조직은 여러 개의 산업별 노조 또는 기업별 노조가 독립된 노동조합의 자격을 가지면서 전국적인 연맹체를 결성한 노동조합을 말합니다.
우리 나라의 한국노총과 이번 노동법개정을 통해 복수노조의 허용이 상부단체는 즉시 적용되어 앞으로 합법적 단체로서 보다 폭넓은 활동을 하게 될 민주노총 등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건
법에서 인정하는 노동조합이 되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형식적요건)
(1) 실질적요건
노동조합법 제3조에서는 "이 법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하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질적 요건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표적 예를 다섯 가지로 들고 있습니다. 이 실질적 요건을 크게 나누어 보면 주체! 목적! 자주성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① 주체
노동조합의 주체는 근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근로자라 함은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이며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하며 육체근로자! 정신근로자임을 묻지 않습니다. 또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근로자도 포함되므로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보다는 더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조 제4호의 단서 가! 라가 주체면에서 결격사유를 예로 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② 자주성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주적이라 함은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노동조합을 조직!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전체 조합원의 총의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하여야 하는 것도 곧 자주성과 직결되므로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제2조 제4호 나가 그 결격사유를 예로 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조항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구법 제12조의 3)의 제3자개입금지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1980년 개정[제5공화국]때 만들어진 것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억압! 봉쇄하는 악법조항이었던 것입니다.
매일매일의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노동법 조항 자체도 노동조합결성방법조차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활동할 때 선진적인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단체! 노동상담소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전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일체의 도움이나 관여를 금지시킴으로서 근로자들을 무지의 감옥속에 가두려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번 97년 노동법개정 때 이 조항의 삭제가 강력히 주장되었으나 제40조의 노동관계의 지원으로 변형되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일체의 도움이나 관여를 금지하던 데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을 확대적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동조합의 실질적 자주성을 확보하는 노동기본권행사에 침해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③ 목적
노동조합은 근로조건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할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근로조건이란 임금! 근로시간! 휴식! 휴일! 휴가! 안전 등 사업장에서 근로자에 대한 대우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와 관련이 있는 주택제공! 복지시설의 설치등 근로자의 생활향상에 관한 여러 조건도 모두 포함됩니다. 제2조 제4호 다가 이 목적의 결격사유를 예로 근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주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치! 사회 및 문화적인 활동도 그것이 부차적인 경우 제한되지 않습니다.
목적과 관련하여 구법 제12조에서는 "정치활동금지조항"을 두어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시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노동조합의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주로 선거와 정당에 관계된 정치활동을 제한 당하는 것이었지만 노동자의 진정한 지위향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까지도 탄생할 수 있어야 하므로 비판을 많이 받았던 조항이었습니다. 이번 노동법개정에서 이 조항이 폐지됨으로써 노동조합의 활동이 목적 면에서 그나마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한 구법 제3조 5호의 조항을 짚고 넘어 갑시다.
이 조항이 바로 "복수노조금지" 조항입니다. [1963년 신설][1997년 폐지! 사업장은 5년 유예]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경우"
이 조항은 주체와 목적 면의 결격사유를 예로 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업장내에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조직간 선의의 경쟁보다는 파벌싸움이나 과열경쟁으로 인한 조직분열을 가져와 조직력을 약화시키며 하나의 사업장에서 수개의 단체교섭을 인정함으로서 단체교섭의 혼란을 가져오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라고 하지만 과거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결성하여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결성을 저해하는데 큰 공헌(?)을 해온 악법이었습니다.
이번 노동법개정 때 가장 논란이 되었던 조항으로 상급단체는 97년 3월부터 바로 허용! 사업장 단위에서는 5년 유예로 이 조항은 폐지되었습니다.
대신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가 소극적 요건으로 규정되었습니다.
(2) 형식적요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할 때에는 행정관청에 조합설립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한 여섯 가지 사항을 기재한 신고서에 규약을 첨부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합니다. 이를 흔히 노동조합의 형식적 요건이라 합니다.
노동부장관이 위의 신고서를 접수한 때에는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도록 되어 있으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2조)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이 기재사항의 누락 등으로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설립신고서에 규약이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의 기재사항중 누락 또는 허위사실이 있는 경우! 임원의 선거 또는 규약의 제정절차가 법 제16조 제2항 내지 제4항 또는 법 제23조의 규정에 위반되는 경우[시행령 제9조])에 따라 2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보완을 요구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에서는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 라고 하여 신고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제12조에서는 3일내에 노동부장관이 신고증을 교부하도록 되어 있고 제12조 제4항에서는 "노동조합이 신고증을 교부 받은 경우에는 설립신고서가 접수된 때에 설립된 것으로 본다." 라고 규정되어 있어 설립신고서를 반려 당할 경우 합법적인 노동조합이 되지 못하여 사실상의 허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설립에 대하여 심사하는 것은 단결권보장의 취지와 반하게 되며 행정관청의 관여를 통해 그 남용의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는 노동조합이라면 비록 형식적인 요건을 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주적인 노동기본권행사의 주체이므로 노동조합은 설립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설립은 설립신고 접수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명실상부한 신고제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신고증이 나와야 노동조합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신고자체로 노동조합은 성립되는 것이므로 신고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간에도 활동은 가능합니다.
또한 설립 신고된 사항 중 명칭!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대표자의 성명! 소속된 연합단체의 명칭 등의 변경사항이 있는 때에는 15일 이내에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매년 1월 31일까지 전년도 규약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된 규약내용! 전년도 임원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임원의 성명! 전년도 12월 31일 현재의 조합원수 등을 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합니다. (제13조)
(참고) 법외조합도 있습니다 ! ! !
"무자격조합" 또는 "법외조합" 이란 위에서 언급한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근로자 단체를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4호의 실질적 요건 즉 주체! 자주성! 목적 에서 모두 요건을 갖추었으나 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비록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이 법에 의한 일정한 불이익(제7조)을 받지만 헌법에서 인정한 노동3권의 권리를 그대로 가지며 노동조합으로서의 일상적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청계피복노동조합은 1980년 5!17이후 서울 시청의 해산명령에 의해 노동조합 사무실을 폐쇄 당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금지 당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헌법 제33조에 나와 있는 노동자의 자유로운 조직활동의 자유를 요구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직활동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합법성 쟁취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고 1988년에 들어 드디어 지역노동조합으로서 신고증을 받아냈습니다."
이와 같이 법은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노동자 스스로는 사실상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조합을 "법외조합" 이라고 합니다.